말리 통북투
[이해선의 세계 오지 기행] 말리 통북투:http://bit.ly/TU7e4M 2008.05.30 (금)
니제르강이 만든 전설의 도시 통북투에 왔다. 통북투는 말리의 수도 바마코에서 동쪽으로 약 907km 떨어진 곳이다.
중세시대 유럽 상인들은 지중해 연안 무어인(북아프리카의 이슬람교도)들의 집을 둘러보고 입을 다물지 못했다. 무어인들의 방은 황금과 상아, 각종 보석 등으로 치장되어 있었다. ‘어디서 이런 진귀한 것들을 구했느냐’ 는 질문에 무어인들은 하나같이 통북투에서 가져 왔다고 대답했다.
13세기 말리 왕국의 왕이었던 ‘칸칸무사(Kankan Musa)’는
(http://news.kukinews.com/article/view.asp?page=1&gCode=kmi&arcid=0006540853&cp=nv )
메카로 성지순례를 가기 위해 카이로에 들렀는데, 그때 그가 가지고 온 황금 때문에 카이로의 금값이 폭락했다고 한다. 당시 카이로에 머물고 있던 베네치아 상인들로부터 퍼져나간 소문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되어 갔다. 사하라 모래사막 저 너머 ‘통북투’라는 곳에는 황금으로 만든 궁전과 온갖 보석이 넘쳐나는 아프리카의 엘도라도가 있다고….
그 후 유럽의 수많은 탐험가들이 통북투를 찾아 떠났지만 돌아오지 못했다.
통북투에서 제일 큰 사원인 징게르베르 사원을 찾았다. 이 사원은 말리 왕국의 칸칸무사왕이 건축한 것이라고 한다. 칸칸무사왕은 메카 성지 순례를 마치고 돌아와서 여러 개의 이슬람 사원을 짓기 시작한다. 통북투의 전성기에 이곳은 이슬람의 경제적 중심지이자 정신적 중심지였다고 전해진다. 2만명이 넘는 학생들이 훌륭한 스승 밑에서 코란, 수학과 의학, 수사학과 논리학, 천문학 등을 공부했다고 한다. 특히 상코레 대학은 그 명성이 아랍 지방까지 전해졌다고 한다.
그 당시 이곳에서는 얼마만큼의 장서를 갖고 있느냐가 곧 부의 척도였다. 지금도 그 전통이 이어져 이곳에서는 개인 도서관과 박물관이 아주 유명하다고 한다. 개인 박물관에 들어가 본다. 규모는 작지만 그 안에 소장되어 있는 서적들과 생활도구들은 사막에 만개했던 문명의 꽃을 느끼게 한다. 통북투의 작은 골목길에는 이외에도 여러 개의 박물관과 도서관이 있다. 이곳을 방문했던 여러 탐험가들이 묵었던 집들은 기념관으로 활용되고 있었다. ‘아흐메드 바바(Ahmed baba)센터’에는 13세기쯤 손으로 쓰여진 오래된 서적들이 있었다.
“이 골목 하나하나, 이 작은 건물 하나하나가 우리가 지켜 나가야 할 세계문화유산입니다.”
안내를 맡은 투아레그족 청년의 목소리에 비장함이 묻어 났다. 통북투 시내에는사막 축제 포스터가 많이 붙어 있었다. 축제는 시내에서 사하라 사막 안으로 60km 들어간 모래언덕에서 행해진다고 했다.
축제장으로 가는 모랫길은 자동차의 바퀴를 붙들고 늘어졌다. 딱히 길이라고 표시된 것도 없었다. 단지 앞서 간 자동차의 바퀴 자국을 따라갈 뿐이었다. 모래바람이 불어와 바퀴 자국을 묻어 버리면 운전사는 한참을 헤매고 다녔다. 새벽 일찍 출발한 지프는 6시간을 사막에서 헤매다 간신히 축제장 모래 사이트에 우리 일행을 내려다 주었다. 사막 축제장은 너른 모래벌에 텐트를 쳐 두고 각종 공연을 하고 있었다. 투아레그족 여자들이 둘러앉아 노래를 하고, 터번을 두른 한 무리의 남자들은 낙타를 몰고 축제장에 나타났다.
이곳 사막축제 중에는 ‘외계인 방문 환영 축제’라는 다소 황당한 프로그램도 있다고 한다. 사막에 불을 피워 두고 외계인을 기다린다는 것인데, 특히 서양 여행자들에게 인기가 좋단다. 외계인을 맞이하기 위해 이렇게 사막 깊숙한 곳에서 축제를 여는 것인가. 축제는 현지 사람들보다는 유럽 사람들에 의해 운영되는 것 같았다.
축제장에 나온 투아레그족 남자들은 사제 같은 푸른 의상 때문인지 당당하고 품위가 있어 보였다. 사막에서 푸른색은 생명을 뜻한다고 한다. 이 척박한 사막에서 저리도 당당하게 살아갈 수 있는 용기가 부러웠다.
“사막에서는 덥거나 춥다고 말하지 말라. 더위와 추위, 허기와 고통은 투아레그의 동반자일 뿐이다.”
투아레그족 남자들의 잠언이라고 하였다. 통북투 사하라 사막 축제는 해마다 1월6일부터 열린다고 한다.
통북투 시내에서 멀지 않은 곳에 투아레그족들이 모여 사는 곳이 있다고 해 그곳을 찾았다. 투아레그족은 광대한 사하라 사막을 오가며 살던 부족이다. 그러나 사하라 사막의 혹독한 가뭄으로 인해 그들이 키울 가축도, 사냥할 짐승도 많지 않아 이제는 도시 부근으로 옮겨와 사는 사람들이 늘어난다고 한다.
낙타를 타고 한 시간 남짓 사막으로 들어가자 그들이 사는 움막집들이 나타났다. 이 삭막한 사막에서 어떻게 살아가는지 바라보기만 해도 입안에서 모래가 서걱거린다. 여행자들이 타고 온 낙타들이 보초를 서고 투아레그족 여인들은 모닥불 주변에서 춤추고 노래한다. 모닥불이 사위어 가고 별똥별이 밤하늘에 빗금을 그을 때쯤, 투아레그족 사람들은 하나 둘 움막집으로 돌아간다. 이제 이곳은 별들의 세상이 된다.
언젠가 TV에서 사하라 사막 소금 카라반들에 관한 다큐멘터리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었다. 낙타로만 통행이 가능했던 사막에 자동차 도로가 생기고, 카라반이었던 노인은 일자리를 잃고 도시근교로 와 생활하게 되었다. 노인은 사막에서 야영하며 별을 보고 영감을 얻던 시절로 돌아가고 싶다며 눈물을 글썽였다. 내가 사하라 사막 여행을 꿈꾸게 된 것은 어쩌면 별을 보며 영감을 얻고 싶다던 그 노인의 눈물에서 시작된 것인지도 모른다. 신비의 푸른 부족 투아레그족 마을에서 나는 비로소 사막 여행의 꿈을 완성하고 있었다.
≫여행정보
프랑스 파리에서 말리의 수도 바마코를 거쳐 가는 방법과 남아공의 요하네스버그를 거쳐 가는 방법이 있다. 남아공에서 다카르를 거쳐 가는 방법은 비용이 적게 드는 대신 시간이 많이 걸린다. 몹티에서 니제르강을 따라 통북투까지 내려가는 여객선이 있다. 말리를 방문하려면 말라리야 예방약을 먹어야 한다. 황열병 예방 주사는 기본이다. 1월에 통북투를 방문하면 사막 축제에 참가해 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