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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로아티아 플리트비체 Plitvice동유럽 발칸 2013. 10. 4. 16:59
많은 유럽 사람들이 그곳에는 요정이 산다고 했다. 사파이어 블루의 깊은 호수 크로아티아 국립공원 플리트비체
자그레브에서 차로 두 시간 거리에 있는 공원은 짙은 안개가 끼어 초입에서부터 으스스했다. 꼭대기가 보이지 않을 만큼 키 큰 나무 덕분에 어디나 울울창창한 그늘이어서 발끝까지 금세 서늘해졌다.
호수는 워낙 커서 공원 입구에 여러 개의 코스를 소개하고 있는데, 어쨌든 다 돌아보려면 걷고, 배를 타고, 버스를 타고서도 하루가 걸린다. 표를 사고 공원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사방에서 쩌렁쩌렁 물소리가 울렸다. 전날 내린 비 때문에 산에서 떨어져 내리는 폭포는 물이 아래로 흐르는 것인지 위로 솟구치는 것인지 알 수 없을 만큼 거세게 쏟아져 내렸고, 그 기세는 사뭇 무섭기도 했다. 사람들은 일렬로 줄지어 나무다리를 건너 한 호수에서 다음 호수로, 감탄사를 내지르며 사진을 찍어대며 건너갔다. 16개의 큰 호수와 수십 개의 소들, 물속에서 자라나는 나무들과 물빛을 닮은, 두려움을 모르는 물고기들. 너무 맑아서 속이 다 비치는 몇 개의 큰 호수이토록 명료하게 자연 속에 있다는 사실, 신이 내려다보고 있다는 사실이 사무쳐 잠시 눈을 감았다. 머릿속으로도 푸른 물고기가 지나가는 것 같았다.
푸른 물속에 비친 나를 보고 웃고 있었다. 숲 바깥의 일은 온전히 잊은 채, 어쩌면 요정에게 홀린 듯이. 나는 그곳에 머물렀다는 것을, 그 물빛에 젖었다는 것을 실감하기 위해 끝없이 제 살을 꼬집어야 할지도 모르겠다. 하루는 영원 같고, 영원은 꽃잎 같았던 플리트비체에서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http://www.segye.com/content/html/2012/04/26/20120426022120.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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